휘둘리지 않고 살기
끌려다니지 않고 살기
내 뜻대로 살기
를 모토로 한 23년의 시작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끌려다니지 않은 것은 대략 맞지만
나 자신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주 그리고 깊이 끌려다닌 지난 석 달이 아니었나 싶다.
내 기분 하나 어찌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의 모습을 보며 어찌나 한심했는지 모르겠다.
이럴 거면 차라리 바쁘게 저임금 육체 노동이라도 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지도.
정답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1. 과한 것은 정말 좋지 않을까?
과유불급 (過猶不及) :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뭐든지 과한 것은 좋지 않다는 사실을 귀로 들어 알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면서 과하게 밀어붙이는 경우는 몇 번이나 될까?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저 그런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면
아무래도 무언가 심각하게 과하게 밀어붙여본 적이 많지 않은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테면 매일 2시간씩 하는 PC 혹은 모바일 게임을
극단적으로 하루 15시간씩, 적어도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지나친 TV 시청은 무척 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이유에 얽매이지 않고
2시간 짜리 영화를 적어도 5편 이상 연속으로 본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나는 더 못 들겠다고
사실은 죽기살기로 덤비면 지금 무게로 3개쯤 더 할 수 있는데도
나는 더 이상 들 수 없다고
분명 다치게 되거나
지나치게 혈압이 올라가거나
얼굴에 주름이 많이 생기거나
크게 소리를 질러 창피해 질거라는
수많은 핑곗거리가 순식간에 양산되는 경험을 특히 운동을 시도해본 남자들이라면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5분쯤 빠르게 산책하고 와서 샤워하고
다시 1시간쯤 더 공부할 수 있는데
나는 더 이상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다고
엉덩이가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다고
오늘 너무 많이 공부해서 피로하면 다음 날 지장이 생겨 오히려 손해라고
지금 졸린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그래놓고 불 끄고 누워서 유튜브 켜는 건 안 비밀-_-;)
그저 나 편할대로 굳게 마음 먹는 기가 막힌 순간들이 떠오른다.
2. '인백기천'이 더욱 필요한 시기
인백기천 (人百己千) : 남이 백을 하면 나는 천을 해야 한다
나를 포함해 변화가 필요한 분들,
그 중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한 분들께.
변화해야 할 최적의 타이밍은 이미 지나버린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걸 미리 알았고 꾸준히 실천에 옮긴 분이라면 이미 '어나더 레벨'에 진입해 있을 테니까.
때론 무지로
때론 게으름으로
때론 대책없는 낙관으로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빚'을 갚아야 할 때인 경우가 아닐까?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가려면 결국
크게 변화해 나가기 전까지는
노동력을 더 투입해 메꿔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이전과 같은 노력량으로는
현재의 빚을 갚아나가기 어려울 뿐더러
투입량이 적어 마침내 변화의 결과까지 일궈내지 못하게 된다면
평생에 걸쳐 그 이자를 감당해 내야만 한다.
맞다.
나도 여러분도 좌절과 우울과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기 버겁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알 것이다.
지금이 나만 힘든 순간이 아니라는 걸 알 때 위로받을 수 있고
남들도 대단히 힘든 순간이라는 걸 알 때 조금 더 이를 악물고 버텨 볼 수 있다는 걸.
그러니 좀더 힘을 낼 수 있기를.
가다가 말고 가다가 말고 해서
인생의 후반부에나마 다다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꽃이 그리고 열매가 나에게는 영영 맺히지 못하는 줄 알고 중간에 포기해버리는 게 우리 인간이기에.
급하게 마음 먹지는 않더라도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가야만 하는 이유가 됨을 잊지 말기를.
3. '저 앞까지만 가고 쉬자'의 위력
장거리 달리기 초보의 입장에서 볼때
사실 가장 힘든 구간은 처음 10분이다.
몸이 아직 10분을 연속해서 달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이미 1시간 달리기에 성공한 적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처음 10분은 나의 몸이 나에게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이대로 계속 달리면 결국 죽게 된다고!"
라며 외치는 듯 느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떠올려보면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참아가며 계속 달리다 보면
'쳇, 하는 수 없군'
하며 체념하고 주인을 따르기 시작한다고 했던 것 같다.
매번
10분 내외의 시점에서 최대한 그럴듯한 타협안을 생각해내
스스로를 설득하는 내가 참 밉다 ㅋㅋ
8분을 달렸을 때 나는
"아 이대로 1시간을 달리는 건 도저히 무리야. 이미 이렇게 엄청나게 힘이 드는 걸! 그러니 우선은 걷던지 아니면 내일을 기약하고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하자. 일과 공부를 잘 하려고 운동하는 거지, 내가 운동 선수가 되려고 운동하는 건 아니잖아? 이미 두뇌를 자극하기엔 충분한 것 같으니까 말이야. 운동하러 나온 것만으로도 대견하지 않아?"
와 같은 말을 걸기 시작한다.
용을 쓴다.
이때의 내 전략은 이렇다.
'지금까지 8분을 달린 게 아까우니 딱 2분만 더 달려보는 건 어때? 그래도 10분은 채워야 되지 않겠어?'
그렇다.
2분은 더 버틸 수 있다.
막상 10분을 달리면 아까보다 덜 해진 고통으로 조금쯤 더 달릴만 해지는 게 보통이다.
만약 11분쯤 다시 엄청나게 힘들어진다면 이렇게 한다.
'지금까지 1.6km를 뛰었는데 딱 400미터만 더 달려보는 건 어때? 그래도 2km를 채우면 더 뿌듯하잖아?'
이렇게 나는 결국 1시간을 채운다.
이처럼 너무 먼 목표라 도저히 닿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을 땐 이런 전략이 유효한 것 같다.
딱 30초만 더 뛰고 그때도 죽을 만큼 힘들면 그때 걷자.
딱 10분만 더 공부해보고 그때도 미칠 듯이 집중이 안 되고 죽을 만큼 피곤하면 그때 바로 자자.
딱 1개만 더 올려보고 그때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그날 하루 쉬자.
지금 너무 딸피지만 한 라인만 더 밀고 가자.
생각보다 우리 몸은 강해서
생각보다 우리 마음은 변덕스러워서
조금만 더 해 보는 그 순간에
좀 더 해 볼만 해지는 상태로 바뀌기도 한다.
흡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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