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일기와 독서야 어떻게든 매일 해나갔다고는 하지만
'소설'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기만 하면 언제나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오매불망 짝사랑하던 여인이 정작 나를 돌아봐주면 다른 짓을 하는 미련한 짓을 반복해왔다.
출근해서 일어나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써 보자.
최대한 디테일하게 쓰고 나중에 잘라내자.
막상 써 내지 못했어도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것만으로,
스스로에게 약간의 압박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문득문득 쓸거리가 생각 난다.
아직 깊은 몰입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얕은 스트레스만으로도 창작이 시작된 것이다.
샌님처럼 시시각각 걱정하고 질문하면 약간의 두통과 함께 해답이 내 방문을 두드린다.
대체로 책상 앞을 맹신하는 편이지만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거지!)
그 앞을 떠나서 전혀 관계없는 활동을 할때 시작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두려워 하지 말자.
아무렇게나 마음 가는 대로 써 나가도 상관없다.
쓰다 보면 분명 옳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개선된다.
그래서 초고를 모두 날려버린대도 나 자신은 훌쩍 성장했으니 얼마나 좋은가.
굿모닝.
알람이 운다.
진동과 벨소리가 짓궂게 신경을 긁는다.
아주 약간 눈 틈을 벌리는 것만으로도 팔을 뻗어 폰을 집을 수 있다.
06:10.
첫 번째 알람을 못 들은 것 같다.
조금 더 자고 싶다.
일어나야만 한다는 생각과
좀더 자서 맑은 정신으로 활동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겨루는 동안
침대 한 켠에 억지로 걸터앉은 몸이 스르르 기운다.
어차피 일찍 가봤자 마음만 불편해질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다음 알람까지만 자자고 마음먹는다.
굿모닝.
알람이 운다.
진동과 벨소리가 짓궂게 신경을 긁는다.
지긋지긋한 저 소리를 언제쯤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알람을 끌 힘도 없이 폰을 서둘러 뒤집는다.
이번이 세 번째 알람이라면 지금 일어나야 한다.
아침을 먹지 않고 머리만 감고 자기 전 준비한 옷을 꿰어 입고 나가면
1시간 10분 정도의 운정량으로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10분을 더 잔다면 1시간 30분을,
거기서 또 10분을 더 잔다면 1시간 50분을 운전해야만 한다.
어느 쪽이 이득인지 누가 봐도 뻔한 일을 가지고
매일 아침 득실을 상기시켜야만 몸이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렸다 타고 내려가서 차를 찾아 탑승하고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고 안전벨트를 매고 팟캐스트를 켜는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탓에 오늘은 1시간 27분을 운전하라고 나온다.
차에서 음악을 듣는 일이 무척 드물어졌다.
가끔 지방을 오갈 때 너무 졸리면 음악을 튼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주로 활용한다.
단지 듣는 일만으로는 쫓아질 졸음이었다면 굳이 음악을 틀 필요도 없었을 것이므로,
나는 충실히, 매우 열심히 따라 부른다.
술에 취한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열창할 때나
홀로 집에서 부끄럼 없이 부르는 노래보다 더 열심히 부른다.
이 정도면 정차 시 창밖의 사람들도 들릴 정도일 것 같지만 뭐 어떠랴 싶다.
수십 회 공연했던 익숙한 노래인 데다 음역대가 적당하다.
넘버 강약 배치가 조화로워 숨 차고 목 아플 즈음이면 잔잔한 노래로 알아서 바뀐다.
목청껏 부르고 나면 청각 자극은 물론
많은 산소를 마시게 되어 혈액이 잘 도는 게 느껴진다.
감정 또한 격해졌다 가라앉았다를 수차례 반복하며
각각의 노래에 어울리는 표정을 짓다보면 이런저런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게 된다.
혼자 차량을 운전할 때는 한재우 선생의 팟캐스트를 듣는다.
운동을 할 때도 듣고 샤워를 할 때도 듣는다.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갤 때도 듣는다.
많은 자극과 울림을 주는 챕터에는 즐겨찾기 표시를 해두기도 한다.
내 삶의 곳곳 음악이 차지했던 자리를 온통 '교육방송'이 독차지해 버린 셈이다.
<365 혼공 캘린더>라는 책 아닌 책을 구입하게 되었고,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라는 유튜브 채널을 접하게 되었다.
이 한재우라는 사람의 방송을 들으며 매일매일 깨닫고 마음의 먼지를 털어낸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새롭게 한다.
방송에 늘 집중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분명 큰 사고로 이어질 게 뻔하다.
다행히 나의 뇌는 운전에 집중해야 할 타이밍일 때 자연스럽게 방송을 듣던 귀를 닫고 스티어링 휠을 더욱 꽉 쥐게 한다.
눈동자는 또렷해지고 오른 다리가 슬며시 안으로 들어 와 대기한다.
그러다 운전이 안정권에 접어들며 다시 스르르 귀가 열리게 되는데
꼭 그런 때 주옥같은 말씀이 쏟아져 나와 깊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2020년 1월 26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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